1500원짜리 닭꼬치에 소주 마시던 시절

월 80만원의 기본급으로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본급이 80만원이고 그 외엔 인센티브로 직접 영업을 뛰어서 벌어야하는 영업직을 1년이 넘게 다녔습니다.

직원들 대부분이 기본급만 받았고 제일 돈을 많이 벌어가는 직원이 대략 250만원정도 벌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적이 괜찮은 직원이라고 해봐야 월 130만원쯤 벌어갔으니 말 다 했죠.

팀장은 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아갔기 때문에 계속 영업을 독촉했고 본인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 회사였습니다.

큰 돈을 벌어가는 것도 아닌데 매일매일 매출에 신경써야했고 하루에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최소 1건씩은 해야 마음 편하게 퇴근할 수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영업은 전화로 했었는데 상대방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불러주면 그걸로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화를 해서 영업을 하고 퇴근을 할때면 마음이 잘 맞는 형이랑 같이 압구정역 출구 바로 앞에 있는 닭꼬치집에서 닭꼬치 1개에 각자 소주 1병씩 먹고 헤어졌었습니다.

술은 마시고 싶고 돈은 없으니 닭꼬치집에서 서서 종이컵에다가 소주를 마셨던 겁니다.

제 기억으로 그 닭꼬치집에서는 소주를 한병에 2천원인가 그렇게 받았던 것 같고 따로 컵은 없어서 오뎅 먹는 종이컵에다가 각자 소주를 따라서 먹곤 했습니다.

소주 2병에 닭꼬치 2개면 7천원이니 각자 3500원씩만 내면 되니 큰 부담은 없었죠.

월 80만원 기본급만 받아서 생활을 하다보니 저축은 커녕 술값도 제대로 못 내고 살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월급날이면 술 진탕 마시고 항상 돈이 부족해서 여행이나 다른 여가생활도 거의 없이 그렇게 생활을 했었는데 그때는 왜 거길 그렇게 오래 다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계속 하다보면 결국은 실적이 나올거라 생각했던 모양인데 그때 낭비했던 세월이 너무 아깝지만 그래도 배울 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카페도 처음 가봤었는데 이렇게 쓴 커피 한 잔에 3천원씩 주고 먹어야 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들 미쳤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때는 어디에 가야 조금이라도 술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까 그것만 찾아다녔었는데 하필이면 회사가 강남이어서 술값도 너무 비쌌고 점심값도 너무 비쌌던 것만 생각납니다.

80만원 받아서 강남까지 어떻게 1년이 넘도록 회사를 다닐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합니다.

당시에 없는 돈으로 쪼개서 술을 마시러 여기저기 자주 다녔었는데 떡볶이에 소주를 파는 그런 분식집도 다녔고 저렴하면서 푸짐한 그런 술집도 많이 찾아다녔었습니다.

그나마 만만한 게 순대국집이라 퇴근 후 순대국에다가 소주 한 잔 참 많이도 마셨었고 신림에 순대타운이나 마포에 족발골목 등등 돈도 없으면서 술은 진짜 많이 마시러 다녔던 게 기억납니다.

그렇게 다녀서 같은 직종의 회사를 고대로 차린 형도 있는데 월 80만원씩 벌어서 모은 돈으로 회사까지 차렸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그때 소주에다가 마셨던 닭꼬치가 너무 생각이 나서 그 장소를 거리뷰로 찾아보니 지금은 없어지고 안 보이더군요.

압구정역 3번출구쪽에 있었던 닭꼬치집이었는데 돈이 없었어도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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