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비타민처럼 뽀글이 하나씩 먹고 자던 시절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매일 배고파하듯이 남자는 군대에 있으면 먹는 거에 환장하게 됩니다.

군대에서의 유일한 낙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의 식단을 외우고 피엑스의 신제품을 신중하게 리뷰합니다.

저도 매일 비타민처럼 뽀글이 하나씩 해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뽀글이라는 걸 처음 알게된 것은 자대에 갔을때였는데 같이 근무를 서던 일병 선임이 새벽 근무 후 저를 불러서 휴게실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짜파게티랑 오뚜기 스파게티를 하나씩 꺼내서 정수기 뜨거운 물을 받아 젓가락으로 이렇게 끼우라는 것까지 알려줬습니다.

특히나 봉지라면을 뜯을때 잘 뜯어야지 어설프게 뜯으면 물이 다 샌다고 해서 신중하게 뜯었던 게 기억납니다.

봉지 한쪽을 깨끗하게 뜯고 면은 4등분하고 야채스프를 같이 넣은 후 물을 꽤 넉넉하게 부어서 익혀준 다음에 화장실에 가서 물을 버리고 액상스프를 넣어서 비벼먹었는데 그렇게 맛있는 짜파게티와 스파게티는 진짜 처음이었습니다.

훈련소에 오기 전에는 그렇게 자주 먹었던 제품들인데 신교대에서도 못 먹었고 자대에 와서도 구경을 못 했으니 그 맛에 아주 눈이 돌았던 겁니다.

이등병은 혼자서 피엑스를 갈 수 없었기 때문에 고참들한테 잘보여야 피엑스 구경이라도 할 수 있었고 고참이 사줘야 그거라도 먹을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뽀글이는 일병, 냉동은 상병이 되야 돌릴 수 있던 시절이어서 군대에 없는 뽀글이를 먹고싶었고 결국 집에 연락해서 소포를 하나 받았습니다.

소포에는 핫초코와 여러 라면들이 들어있었는데 그 중에 제가 제일 좋아했던 건 농심 멸치칼국수였습니다.

피엑스에도 없는 레어아이템이 바로 멸치칼국수였습니다.

그때 당시에 저는 일병이었고 당번병으로 뽑혀서 대대장실의 한 켠을 제 마음대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대대장실 당번병 자리에 소포를 놓고 대대장이 퇴근하면 하나씩 뽀글이를 꺼내서 몰래 해먹었습니다.

대대장이 갑자기 올라오면 냄새때문에 딱 걸릴 수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매일 뽀글이를 해먹곤 했습니다.

짬이 딸릴때라 식사를 거를 수 없던 시절이었는데 저녁을 먹고 와서도 뽀글이를 해먹곤 했습니다.

워낙 배고픈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밥을 먹고 와서도 배가 고프더군요.

그렇게 뽀글이 하나 해먹고 핫초코 만들어먹고 혼자만의 세상을 구축해서 진짜 재밌게 놀았는데 한 사건으로 인해 대대장에게 찍히고 나서 저는 당번병을 짤리게 되었습니다.

뭐 그 이후로 상병을 달고 피엑스도 자유롭게 다니곤 했었는데 상병 이후론 뽀글이보다 참깨라면 컵라면을 더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깨라면 특유의 냄새도 좋았고 그 얼큰매콤한 국물도 좋아서 진짜 자주 먹었습니다.

뽀글이는 일병 시절에 제일 많이 해먹었는데 라면 내부의 비닐은 열을 가해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재질이라 뽀글이를 많이 먹어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휴가를 나와서도 설거지를 하기 귀찮으면 그냥 뽀글이 하나 해먹고 했었는데 전역한 뒤로는 거의 뽀글이를 해먹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그때 참 뽀글이 물도 잘 맞추고 진짜 맛있게 잘 해먹었는데 나중에 캠핑이라도 가게된다면 그때 추억삼아 한번 해먹게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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