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80년대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이 굉장히 심한 나라였습니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도 나오고 정면으로 남아선호사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죠.
KFC 한국 출시 당시만 해도 닭다리살 자체를 거의 먹은 적이 없다는 딸들과 엄마들이 많았습니다.
치킨을 한마리 시키면 닭다리는 아들과 아빠의 차지였기 때문입니다.
양념치킨을 시키면 치킨을 담아준 쿠킹호일 한쪽을 뜯어서 닭다리에 두르고 손에 묻지 않게 아들이랑 아빠에게 건네주면 딸들과 엄마는 닭날개나 뻑뻑살을 먹어야했습니다.
가장 먼저 목살을 뜯는 엄마들도 많았는데 2마리를 시키면 될 것을 그때는 거의 한마리씩만 사다가 먹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에 KFC가 출시되고 닭다리살만 따로 파는 걸 본 사람들은 너무 좋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먹을 수 없었던 부위인 닭다리살을 자유롭게 사먹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리를 혼자서 다 먹기엔 부담스러웠는데 닭다리살만 한조각씩 골라서 사먹을 수 있으니 동네에 있는 KFC엔 항상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저희 동네도 여대앞에 있었는데 당시 KFC에는 여대생이나 여중고등학생들이 항상 바글바글했던 기억이 납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은 꽤 많이 남아있었는데 이러한 사상은 굉장히 짧은 시간에 확 뒤바뀌어버렸습니다.
사상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첫번째로 아들이 더 이상 제사를 책임지지 않고 부모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딸은 시집을 가면 출가외인이지만 아들은 장가를 가면 며느리를 데려와서 부모를 봉양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부들이 이를 거부하고 각자 생활하기를 요구하면서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부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딸을 낳아서 같은 동네에 살며 같이 지내는 경우도 있으니 굳이 아들과 딸을 구분하지 않게 된 겁니다.
사상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 두번째는 바로 결혼비용 문제입니다.
딸을 낳으면 혼수만 적당히 준비해가도 되지만 아들은 아파트도 준비해야하고 부모의 재력까지도 체크하는 상황으로 바뀌니 이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부모들이 딸을 더 선호가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상이 바뀐 세번째 계기는 양육의 어려움입니다.
예전에는 아들을 낳으면 여기저기 뛰어놀도록 풀어주고 동네에 부모님들이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면 같이 데려다가 밥도 먹이고 했었습니다.
윗집 아랫집 다같이 반찬 나눠먹고 동네 할머니들도 다 인사하고 다니고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는 시기였습니다.
아들을 키우나 딸을 키우나 동네에서 다같이 키우다보니 부담이 적었는데 요즘은 아이의 양육을 오로지 부모들이 맡아서 하는 세상이라 아들을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아졌습니다.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시끄럽고 힘을 빼줘야하는데 엄마 혼자서는 힘을 빼놓을 수도 없고 체력이 갈려서 저녁에 되면 쓰러져 잠들기 바쁘니 아들은 더 이상 못 낳겠다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서로 운동하고 놀고 그러면 집에 와서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할텐데 요즘은 동네 아이들끼리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분위기가 아니니 그 체력을 오로지 부모가 다 감당해야 한다는 게 아들을 피하게 된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