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요즘 군생활 얼마나 하느냐에 대한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요즘 친구들은 18개월을 한다고 하는데 저희때는 짤없이 2년2개월이었습니다.
그것도 많이 줄어들어서 그렇게 바뀐거고 저희 아버지때는 3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때는 워낙 정글의 시대여서 빨래터에 꼭 내무반 인원 한 명이 서서 빨래를 지켜야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땡볕에 빨래를 말리면 쫄따구를 거기에 같이 세워놓고 누가 훔쳐가지 않는지 잘 지키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 차렷자세로 서서 빨래를 계속 지켰다고 하던데 왜 예전 군인들 사진을 보면 얼굴이 다 그렇게 시커멓게 변했는지 대충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군대에 입대할 시기에는 더골드의 2년2개월이라는 노래가 인기를 얻기도 했었습니다.
딱 그때가 신교대에 입소할 시기였는데 때마침 그런 노래가 나오니 더 군대에 간다는 실감도 나고 인생 완전 조졌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희때부터 군생활이 약간씩 줄어든다는 거였는데 저희도 나름 혜택을 받아서 2년2개월 중에 보름 정도는 기간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제 이후 군번은 딱 2년만 채우면 전역을 했다고 하던데 그때는 워낙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절이라 2년2개월이나 2년이나 뭐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신교대에 입소하고 하루를 지내보니 하루이틀 짧아지는 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군생활은 누구나 그랬듯이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모르는 고참들이랑 생활하는 건 너무 힘들었고 거기에 코까지 크게 고는 편이라 매일 밤마다 혼나기 일쑤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주변에 고참이 던진 방독면이 얼굴 옆에 떨어져있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얼차례는 뭐 심심하면 받았고 대가리를 박은 상태에서 다리로 허리를 내리찍어서 군병원에 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뼈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한 이틀정도 있다가 그냥 가라고 하더군요.
지금도 허리가 좀 안 좋긴 한데 그때는 뭐 그런걸로 맞았다고 생색을 낼 시절이 아니었으니 미안하다는 사과도 한 번 못 받고 그 놈은 그렇게 전역을 해버렸습니다.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군생활 열심히 하는 것보다 내 몸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전역하는 겁니다.
사격이 하고싶으면 하는거지만 굳이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꿈자리가 뒤숭숭했다면 수류탄을 던질 필요없이 그냥 못 하겠다고 하도 됩니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나도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필요없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거 나 하나쯤 못 해도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군생활 개판으로 하라는 소리는 아니며 너무 주변에 휘둘려서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요즘 지휘관들 뭐 사람 땡볕에 말려서 저세상 보내놓고 지 책임 아니다라고 하는 거 보면 솔직히 군대에서 열심히 하라는 소리가 안 나옵니다.
뺑끼쓰라고 하고 싶고 대충 시간만 보내다가 나오라고 하고 싶습니다.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면 그냥 지시불이행으로 처벌을 받는 게 낫지 어떻게든 해내려다가 다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시불이행으로 처벌을 받으면 똑같이 가혹행위였다고 맞받아치면 됩니다.
아무리 군생활이 쉬워졌어도 그 안에 갇혀서 못 나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힘든 일이며 사람과 사람이 부대껴서 생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간부랍시고 명령이나 내릴 줄 알지 책임을 지지 않는 것들은 어디에도 있으니 조심조심히 잘 생활하다가 몸 건강히 전역하시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