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년은 더 전인 것 같은데 그때 화평동에 세수대야냉면을 먹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여름이고 너무 더운 날씨에 냉면이 딱이겠다 싶어 매형차를 타고 가족들끼리 같이 화평동까지 갔었습니다.
티비에 나온 걸 보고 방문했던 것 같은데 세수대야만큼 큰 그릇에 냉면을 주고 냉면사리는 다 먹으면 계속 리필을 해준다고 해서 찾아간 기억이 납니다.
여기도 할머니 저기도 할머니냉면에 원조라는 이름은 다 붙어있었던 냉면거리가 기억이 나고 그 중 제일 끝부분에 있던 집으로 가서 냉면을 먹었습니다.
분식집 스타일의 시원하고 매콤한 육수의 냉면이었는데 한그릇을 다 먹고 냉면사리를 하나 더 추가하니 사리를 한덩이 더 가져다가 주셔서 또 열심히 먹은 기억이 납니다.
그때 수박냉면이라는 메뉴도 있었는데 수박 반 통을 그대로 잘라서 그 안을 냉면으로 채운 메뉴여서 진짜 독특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까지는 먹지 않고 그냥 세수대야냉면만 먹고왔는데 얼마전에 유튜브를 보니 화평동 냉면골목이 나오고 수박냉면 먹는 장면도 그대로 나와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일미화평동냉면이라는 집에서 수박냉면을 판매한다고 하는데 냉면에 수박만 썰어주는 메뉴가 있고 아예 수박 반 통을 살짝 파서 거기에 냉면을 담아주는 메뉴도 있더군요.
수박이랑 냉면의 조합이 은근 괜찮다고 하던데 언제 기회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여름에 입맛이 없을때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전의 추억이 있어서인지 괜히 가보고 싶어지네요.
계절이 되면 땡기는 메뉴도 있고 추억의 메뉴들도 있습니다.
이런 걸 왜 먹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추억의 보정이 더해지면 어마어마한 맛이 생겨나는 법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니 요즘 생각나는 메뉴가 하나 있는데 당시 사무실 근처에서 자주 먹었던 판모밀입니다.
간장베이스의 육수에 간무와 파, 김가루를 넣고 코가 찡한 와사비를 같이 넣어서 메밀을 푹 적셔주면 어마어마하게 시원하면서도 머리가 띵하게 아픈 메밀 한젓가락이 완성됩니다.
판메밀은 육수를 얼마나 시원하게 주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푸짐하게 주는지에 따라서 만족도가 달라지는데 제가 예전에 다녔던 메밀집은 육수를 주전자로 그냥 하나 주셔서 아주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얗게 서리가 낀 주전자를 받아서 육수를 붓고 이것저것 섞어서 육수를 완성하면 메밀이 나오는데 총 4덩이가 나와서 상당히 푸짐하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2단으로 된 판에 2덩이씩 메밀이 나오고 그걸 한덩이씩 육수에 푹 찍어먹으면 입안이 시원한게 아주 더위가 싹 없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짜지만 맛있는 육수를 따로 들이켜서 먹기도 하고 메밀면을 또 찍어서 먹고 그렇게 한주전자를 싹 비우면 사무실로 돌아갈때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걸어갈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중소기업에서 일을 했었는데 거기서 배운 일보다는 점심에 먹었던 음식점들이 더 많이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같이 일했던 직원들도 상당히 오래 연락을 이어왔었는데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난 지금은 딱히 연락하는 사람도 없고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