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에 군인들이 대민지원 가는 건 오케이

수해복구에 군인들이 대민지원 가는 건 지금까지 계속 있어왔던 일입니다.

저도 큰 태풍이 지나갔을때 복구하러 여름동안 다녔었는데 군인들 특성답게 거의 쉼없이 일을 합니다.

고참들이랑 같이 가니 뺑끼를 쓸 수도 없죠.

노가다하는 사람들 데려다가 놓고 일하면 중간중간 쉬면서 야참도 먹고 하는데 군인들은 야참도 없이 일을 합니다.

자기네 부대에서 가져간 부식으로 먹으면서 일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왜냐?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니까요.

지금은 어떤 시스템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군대에 있을때는 민간인에게 물도 받아먹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었습니다.

음식 주는 거 다 거절하고 간식이든 뭐든 일체 받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오다보니 주민들이 너무 미안해해서 한쪽 구석으로 두세명씩 데려가서 막걸리 몰래 주고 음료수 챙겨주고 그랬습니다.

밥도 부대에서 직접 해가서 땅바닥에서 먹고 그랬는데 그때는 군인이니 별 생각없이 시키면 하고 그랬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 강제노역인데 그 정도 보상도 얻을 수 없었나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온통 진흙밭이 된 집으로 들어가서 다 퍼내고 그렇게 뻘밭을 다 찾아다니면서 작업하고 그랬었는데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마저도 좋았던 걸 생각하면 참 젊었구나 싶죠.

짬이 딸릴때는 대민지원이 힘들어도 바깥바람을 쐴 수 있어서 좋았지만 상병쯤 달고 나면 귀찮고 힘들고 뭐 그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을 했으면 간식도 좀 챙겨주고 음료수도 주고 커피라도 챙겨주고 그러면 좋을텐데 이건 군인의 당연한 역할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딱히 뭘 챙겨줄 생각은 없는 윗대가리가 제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군인들이 뭘 하든 그건 공짜로 얻어지는 노동력이니 그걸 어떻게든 이용하기에 바쁜 간부들이 있었죠.

마을 공무원들이랑 유지들과 짬짜미를 해서 자기네 동네 먼저 복구하게끔 군인들 돌리고 쉬는날이면 부대를 오픈해서 사모님들 데리고 파티하고 사격도 하게 사격장도 오픈하고 그랬던 시절이었습니다.

짬 딸리는 이등병들이 사모님들 옆에 앉아서 같이 게임해주고 춤추고 그렇게 휴가증도 따고 정신나간 그런 부대들 많았습니다.

비오면 비 맞으면서 작업하고 부대 들어가서 옷 다 빨고 개인정비하고 쉴 시간없이 또 근무서고 여름이면 항상 되풀이되는 일상이었네요.

지금은 작업환경이 좀 나아졌기를 바래봅니다.

요즘은 예전보다 군인들의 환경이 더 좋아졌다고 말을 하는데 환경이 좋아져봤자 군대는 군대입니다.

한창의 나이에 부대에 갇혀서 나오지도 못 하고 있는 게 제일 힘든 점입니다.

그 안에서 뭘 할 수도 없고 마음이 맞지 않는 선임들과도 어쩔 수 없이 한 내무반에서 먹고 자고 해야한다는 것도 가장 힘든 점입니다.

학교라면 그냥 수업 끝나고 빠이빠이하면 되지만 군대는 빠이빠이가 없습니다.

각자 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내무실에서 같이 생활을 해야하니 피할 곳도 없습니다.

그걸 다 참고 견뎌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서 군대를 갔다왔다고 하면 적어도 존중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가는 거니까 그게 뭐가 힘들다고 하냐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사람들한테 행군 한 번 해보라고 하면 눈물 질질 흘릴게 뻔합니다.

군장을 어떻게 끝까지 메고 완주를 하라는 거냐며 1시간도 안 되서 질질 짤게 뻔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죠.

더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다녀와서 고생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군인들의 처우가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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