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 중에 제일 나쁜 말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이는 우스갯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서로의 입장이 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내가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라는 말을 들었다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일단은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일단 상대방이 나에게 무조건 기분이 나빠질 만한 말을 할 거라는 예고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피해자인데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으라는 말을 했다면 그냥 무시해버리면 됩니다.
저 집단이 나에게 피해를 줬으면서 오히려 나는 가해자 취급하는구나 생각하고 상종을 하지 않으면 내 짧은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온전히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뭔가 잘못을 저질렀고 이를 깨닫게 하기 위해 누군가 총대를 메고 충고를 해주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기분 나쁘게만 듣지 말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잘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예의상 붙이는 말이고 보통 그 다음에 나오는 말은 니가 기분 나빠할 말을 할테니 잘 생각해보라는 내용입니다.
아예 쓴소리를 하기로 작정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뭔가 기분이 나빠할 만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그 다음에 따라나오는 말을 잘 듣고 곰곰히 생각했을때 충분히 내 잘못이 크다 생각되면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이건 내가 속한 집단의 잘못이라 판단될 경우 그냥 그 집단을 나오는 게 맞습니다.
만약에 그런 말을 듣고서 곰곰히 생각해봤을때 내 잘못이 맞는 것 같지만 이 집단에게 사과를 하기 싫다면 당신의 성격이 이상한 게 맞습니다.
내가 뭔가 큰 잘못을 저질러놓고 누군가 그에 대해 충고를 하기 위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으라고 하며 쓴소리를 한 상황이라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그냥 내 기분이 나쁘니까 저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을 한 사람들이니 다시는 상종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내 성격의 문제일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한 짓은 쏙 빼놓고 남들이 나에게 한 짓만 생각한다면 모든 것들이 다 나를 비난하는 행동이라 착각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20대 중반이던 시절에 술집에서 아는 동생을 앉혀놓고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으라고 하며 쓴소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술만 먹으면 난동을 부리고 분위기를 흐려놓길래 너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앉혀놓고 쓴소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그 친구를 다시는 못보게 되었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저는 그때와 같은 쓴소리를 했을 것 같습니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으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다닌다면 상대방의 예의없음을 지적하기보다 내 행동이 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