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인천공항, 봄가을에는 용문산으로 향하는 노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왜 노인들이 공항으로 움직이는지 잘 이해하지 못 할 겁니다.
대한민국은 만 65세 이상이면 지하철이 무료입니다.
그러니까 일자리를 찾긴 힘들어도 이동의 자유는 있습니다.
올 여름은 정말로 많이 더워서 집에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가 힘들었는데 예전부터 어르신들은 여름이 되면 집 근처에 있는 아주 오래된 나무 아래에 모여서 더위를 피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오래된 나무도 없고 집 앞에 있는 공터에는 아이들이 뛰놀기 바쁘고 청소년들이 다 차지하고 있으니 딱히 갈 곳이 없습니다.
은행에 가는 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거기서만 있으면 눈치가 보이죠.
그러니까 시원하면서 남들 눈치보이지 않는 장소를 찾아서 떠나는 겁니다.
지하철은 무료이기 때문에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시원한 장소를 찾다보니 결국 많이들 모이는 곳이 바로 인천공항이 되었습니다.
인천공항은 비행기가 뜨고 착륙하는 걸 유리창 너머로 계속 볼 수 있고 시원하고 의자도 있고 넓으니 다른 사람들 신경 쓸 필요없이 오래 있어도 되는 장소입니다.
그러니 삼삼오오 모여서 대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에어컨을 쐬며 쉬었다가 가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봄가을이 되면 용문역으로 향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용문역에 내리면 여러 셔틀버스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타고서 식당으로 가면 저렴하게 밥 한끼 먹을 수 있습니다.
한식뷔페로 데려다주고 밥을 다 먹고나면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용문산으로 가는 겁니다.
산에 가서 한바퀴 슬슬 둘러보다가 내려와서 다시 또 셔틀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코스를 즐긴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양평을 지나다가 그 근처에 있는 휴게소 한식뷔페에 들러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오후 2시쯤 되니까 그 식당에 있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싹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휴게소에 있는 식당인데 술도 팔길래 무슨 휴게소 식당에서 술을 파나 했더니 셔틀버스를 타고와서 점심을 먹고 거기서 술도 한 잔 하고 용문산으로 이동하는 어르신들이 주로 술을 드신다고 했습니다.
오일장도 구경하고 밥도 먹고 용문산도 둘러보고 그렇게 정해진 시간에 또 셔틀버스를 타고 용문역에 와서 다들 집으로 가는 코스를 즐기는 겁니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우니 다들 집에 있지만 날씨가 풀리면 다시 또 나와서 마음이 맞는 분들과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가를 즐기는 것인데 재산이 많고 적고를 떠나 이렇게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시간이 많이 늘어날 것 같은데 이걸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좀 고민을 해봤습니다.
예전에 어르신들 지하철로 물건을 배달해주고 돈을 받는 그런 일도 있었지만 그리 큰 돈은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뭔가 이걸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연관지어서 사업을 운영하면 정부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줄 것 같은데 물건 옮기는 거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오후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어르신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운영을 한다면 출퇴근길에 사람이 붐비는 것도 좀 줄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땐 주로 반신욕을 하면 뭔가 잡히는 게 나오기도 하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반신욕이나 좀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