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동에서 용산역까지 찍어보니 총 33km 거리에 도보로 9시간이 걸린다고 나옵니다.
어제 딱 그 정도 거리를 걷고 왔더니 한번쯤은 용산역까지 걸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이 호평동 제일 꼭대기 부근인데 여름 지나서 가을쯤 미친척하고 아침 일찍 걸어가면 저녁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오전 6시쯤 출발해서 9시간이면 오후 3시에 도착하는 셈이니 그렇게 가서 술 한 잔 마시고 ITX청춘열차나 타고 와볼까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제는 서울둘레길을 걷는다고 오전 10시에 수서역에서 만나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비가 오고 버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저희가 15분정도 지각을 해서 10시 15분정도에 수서역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역 안에서 만나서 우산도 하나 추가로 사고 김밥도 간단하게 챙겨먹고 그렇게 오전 11시에 나와서 서울둘레길 9코스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대모산으로 올라가서 산길을 걷는 코스였는데 비가 와서 땅이 온통 뻘밭이 되고 물이 고이고 걷기 너무 안 좋은 상태였습니다.
하필이면 흰색 신발을 신고갔는데 진흙 범벅이 되고 바지도 초토화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뻘밭이 되니까 내리막길을 내려갈때 발이 쭉 미끄러지는 상황도 계속 생겼고 걷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가야하니 팔도 아프고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집중하다보니 근육통도 생길 것 같고 너무 악조건속에서 걸어야했습니다.
오전 11시에 걷기를 시작해서 9코스를 완주하고나니 오후 3시 20분이 넘었고 거기서 끝낸 게 아니라 양재역에 있는 한 족발집에서 족발을 먹은 후 다시 또 용산역까지 걷기 시작했습니다.
잠수교는 처음으로 걸어서 건너봤는데 건너는 중간에 분수를 아주 잠깐 틀어줘서 그것도 구경하고 길 건너 이촌으로 가서 편의점에 잠시 앉아 한강라면에 맥주도 한 캔 마셨습니다.
편의점인데 한강에 있는 편의점이라 그런가 가격은 일반 편의점이랑은 전혀 다르더군요.
국산 길쭉이 캔맥주가 하나에 3,500원인가 그랬었고 한강라면은 4,000원이어서 맥주에 간단한 안주에 한강라면까지 먹고서 다시 용산역까지 걸어갔습니다.
그렇게 용산역에 도착하니 오후 8시 30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는데 중간중간 먹으면서 쉰 시간을 빼면 대충 8시간이 넘게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용산역에서 또 끝난 게 아니라 집까지 itx청춘열차를 입석으로 예매해서 그걸 타고 평내호평역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게 남아있으니 진짜 어제는 33km정도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오니까 11시가 넘었더군요;
오전 9시 20분쯤 나와서 저녁 10시가 훌쩍 넘어서 집에 들어간 건데 진짜 호평동에서 용산역까지 가는 것과 비슷한 거리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비가 와서 더 힘들게 걸었는데 왜 그렇게까지 걸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족발을 먹으며 같이 마셨던 막걸리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제 비 쫄딱 맞고 바지랑 신발이 초토화된 상태로 양재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강남 한복판을 열심히 걸어다녔었는데 뭔가 기억에 오래도록 남긴 할 것 같습니다^^